오늘 복음에 예수님께서 나병 환자 열 사람을 고쳐 주신 이야기가 나옵니다.
구약 시대에 유다 지역에 살던 이들과 사마리아 지역에 살던 이들은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유다인들 기준에서 사마리아인들은 예루살렘 성전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고, 한 분이신 하느님을 섬기기보다 다른 민족과 섞여 우상 숭배를 일삼는 불경한 이들로 비쳐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유다인들은 하느님의 선택을 받았다는 선민사상이 매우 강하였기 때문에, 다른 민족과 섞여 ‘혼혈’로 살며 이방인들의 종교를 받아들인 사마리아인들을 경멸하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고쳐 주신 나병 환자 가운데 돌아와 하느님께 감사 인사를 드린 이는 사마리아인뿐입니다. 그래서 유다인이신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열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에 있느냐? 이 외국인 말고는 아무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 (루카 17,17-18)
예수님께서 모범을 보여 주시듯 하느님께 찬양과 감사를 드리는 데는 출신이나 이해관계가 본질적인 것이 아니며, 또한 걸림돌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마리아 사람’으로 단정하는 이는 누구입니까? 각자가 만들어 놓은 편협한 기준에 따라, 때때로 집단 이기주의에 눈이 멀어 혐오와 경멸과 증오의 대상으로 낙인을 찍은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일상 속 작은 은총에도 감사드릴 줄 아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면, 예수님께서 사마리아인에게 하신 것처럼 우리에게도 말씀하실 것입니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루카 17,19)
(김상우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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