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시고 그 복음을 전하셨다. 열두 제자도 그분과 함께 다녔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루카 8,1.3)
오늘 복음은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 일행 가운데 여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특별히 강조합니다. 루카 복음서 저자는 이 여인들의 이름을 일일이 나열하고 그들의 역할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여 예수님의 선교 여정에서 그들의 공헌이 컸다는 점을 부각시킵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여기서 ‘시중들다’는 뜻의 그리스 말 동사 ‘디아코네오’는 좁은 의미로는 식탁에서 시중드는 행위를 가리키지만, 그 밖의 다른 봉사나 물질적인 지원 등의 넓은 의미로도 이해될 수 있습니다. 여인들은 예수님의 구원 활동을 위하여 기꺼이 ‘자기들의 재산’을 봉헌할 뿐만 아니라 그 여정에 몸소 함께하면서 일행에게 필요한 여러 도움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그들이 그토록 헌신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수님에 대한 강렬한 체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복음은 이 여인들이 ‘악령과 병에 시달리다 낫게 된’ 사람들이었다고 전합니다.
특히 마리아 막달레나는 일곱 마귀에 시달리던 여자였는데, 일곱이라는 숫자는 마귀 들린 상태가 매우 심각하였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강력한 속박에서 마리아를 벗어나게 하여 주셨고, 구원을 경험한 마리아는 예수님을 온전히 따르며 누구보다 그분을 사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갈릴래아에서부터 예수님을 따르던 여인들은 그분께서 예루살렘에서 돌아가시고 묻히시는 마지막 순간까지 늘 그분 곁에 있었습니다(23,49.55-56 참조). 그리고 빈 무덤에서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가장 먼저 듣고(24,1-12 참조), 부활하신 그분을 가장 먼저 뵙는 영광을 얻습니다(마태 28,9-10 참조).
우리도 예수님과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 동행에 과연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예수님을 제대로 체험하지 못하여서 소극적인 것은 아닌지 생각하여 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과의 인격적인 만남에 우리를 초대하시고, 그 만남 안에서 우리가 직접 맛보고 경험하기를 바라십니다.
기도 안에서 얻게 되는 강렬한 체험을 바탕으로 예수님과 함께하는 여정에 우리가 더욱 헌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천 사도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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